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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과에 나와 건축 일을 하다 보면 종종 듣는 질문이 있다.
"좋은 건축이 뭔가요?"
좋은 건축
좋은 건축
좋은 건축
다양한 대답이 있다.
- 목적에 부합하는 건축 -
- 예술성을 진일보시킨 건축 -
- 사람과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건축 -
답이 다양해도 너무 다양하다.
이 중에 진짜 '좋은 건축'이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개인에 달려있다.
개인의 가치관, 세계관에 따라
좋은 건축이 나뉜다.
반대로 말하면,
자신을 정확히 알고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 있다면,
거기다가
아주 조그만 건축에 대해 공부한다면,
누구나,
"좋은 건축이 뭐에요?"
에 답을 할 수 있다.
그러면 당신에게 있어 좋은 건축은 무엇인가.
어떻게 나의 생각을 찾을 수 있을까
선배 건축 종사자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지만,
10여년간 좋은 건축이 무엇인지
찾아 헤맸던 나의 여정을 듣는다면,
당신도 좋은 건축이 뭔지 알 수 있으리다.
대학교 1학년,
건축학과에 갔다고 하니
주위 사람들이,
"야, 이 건물 좋은 건물이냐?"
물어본다.
대답을 못한다.
나도 아는 게 있어야지.
내가 대답할 처지가 아니라
오히려 궁금한 처지였다.
저런 간단한 질문에
대답 하나 못하니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
나보다 훨씬 건축을 잘 아는 사람한테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똑같이 대답해야지.
"좋은 건축이 뭔가요?"
건축과 교수님,
실무에 계시는 건축가에게 물어봤다.
대답은 천차만별이었다.
- 전에 없는 미적 가치를 창출한 건축
-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건축
- 도시와 대응하는 건축
- 컨셉과 결과가 일치하는 건축
- 디테일이 살아있는 통합적인 건축.
어려우니 쉽게 쓰면,
- 아름다운 건축
-현시대의 문제를 해결한 건축
- 혼자 튀지 않고 도시에 어울리는 건축
- 초기 의도대로 지어진 건축
- 사소한 디테일도 제대로 된 건축
좋은 건축이 뭐 이리 종류가 많냐.
여러 명의 전문가에게 좋은 건축을 물으면
일맥상통하는 이야기가 있을 줄 알았더만
오히려 더 머리만 복잡해졌다.
건축 거장의 작품을 봐도 마찬가지였다.
거장들마다 하는 소리가 다 달랐다.
프랭크게리는 바닥, 벽, 천장의 고정관념을 깨는 데에 전념했고
OMA는 도시와 건축의 관계를 갖는 데에 집중,
김수근은 한국 전통 공간에 주목했다.
거장마다 의견이 다르다.
마지막으로 건축 고전을 봤다.
시대를 꿰뚫는 말은
너무 포괄적이라 구체적이지 않고,
구체적인 말은
시대가 변하자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고전을 읽으며
큰 틀은 잡을 순 있어도
명확한 답은 얻을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알게 되었다.
좋은 건축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핵심이 아니라,
다양한 대답 그 자체가 핵심이다.
삶과 밀접한 건축의 특성,
공간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거실의 통창은
누군가에겐 시원한 경치를 주는 쾌적한 공간,
누군가에게 사생활 침해가 되는 별로인 공간,
누군가에게 흔들다리는 즐거운 공간,
누군가에겐 공포의 공간,
누군가에게 학교 교실은 고통의 공간,
누군가에겐 추억의 공간이다.
개개인의
삶,
경험,
가치관,
세계관에 따라
건축에 대한
해설,
느낌,
평
모두 달라진다.
좋은 건축에 대한 답은,
70억 명의 사람이 있으면,
70억 개의 대답이 있다.
좋은 건축을 말하는 법을 알려주겠다.
우선 원하는 삶을 말한다.
거기다가 "~~하는 건축"이라 붙인다.
예를 들어,
내가 원하는 삶은
내 아이가 안전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면 좋은 건축은
내 아이가 안전하게 살아가게 하는 건축이다.
좀 더 덧붙이면,
아이가 안전하기 위해,
건물 전면에 주차장을 설치한 건축보다
마당을 설치한 건축이 좋은 건축이다,
멋진 랜드마크 건물보단,
아이 눈높이에 맞춘 세심한 화장실이 있는 건물이
좋은 건축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아이가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
어떤 건축이 좋은 건축인지
하나하나 발견해나갈 수 있다.
그게 바로 당신의 좋은 건축이다.
만약,
한 번뿐인 인생 멋지게 사는 것이 꿈이라면,
멋지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건축이
당신만의 좋은 건축이다.
지루한 상가 건물보단,
힙한 활동이 일어나는 건물이 좋은 건축이고,
그러기 위해 과감한 오픈 공간을 만든 건물이,
다양한 활동이 일어나는 건물이
좋은 건축이다.
벽식으로 되어 내 맘대로 바꿀 수 없는 아파트보단,
기둥식으로 되어 나의 취향에 따라
공간을 바꿀 수 있는 주거가
당신만의 좋은 건축이다.
이렇게 당신만의 대답을 찾을 수 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그걸 이뤄주는 건축이 좋은 건축임을 아는 것이
최우선이다.
다음에
어떻게 건축이 이뤄줄 수 있는지
조금만 고민해 보면
좋은 건축이 무엇인지 답이 나온다.
요즘 유명한
유현준 교수의 경우,
사람과의 건강한 관계가 왕성한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건물을 보면,
창이 보통 나지 않는 곳에
창이 있어 빛과 소리가 통하게 만들어
소통이 일어나게 하고,
관계가 이어지게 한다.
또 유현준 교수는
도시에 벤치를 많이 놓자고 한다.
벤치를 놓음으로써 사람들이 머물게 되고,
빠르게 움직이기보단
잠시 앉아있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고 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나의 대답으로 마친다.
나는 좋은 사회를 만드는 건축이 좋은 건축이라 믿는다.
좋은 사회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경험을 안겨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큰 공간보단
잘게 쪼개져 사람들이 접점이 많이 생기는 공간,
예쁜 외관보단
안에 있는 사람이 더 쾌적한 공간,
기억이 담긴 오래된 나무를 베기보단
나무를 살리는 건축을 추구한다.
221227
- 끝 -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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